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10월 5일 ·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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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는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을 23차례 거머쥐었고, 네 개의 메이저 대회를 연이어 석권하는 기록도 두 번 세운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올해 1월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팟캐스트에서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선수 시절에 썼더라면 경력에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스포츠계에서 오래 이어져 온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는 경기력 향상 약물, 곧 도핑 약물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10월 2일 자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지난해 자신도 이 계열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첫해에 약 34파운드(약 15.4kg)를 감량했고 관절의 부담이 줄어 수년 만에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GLP-1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혈당을 낮추고 포만감을 일으키는 체내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입니다. 미국 성인의 약 15%가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보급되어 있습니다.
현재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입장은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한 선수들도 쓸 수 있고, 처방 없이 쓰면 다른 모든 약물과 마찬가지로 위반이 됩니다. 다만 WADA는 2024년 이 약물을 감시 대상 목록에 올려 사용 실태를 추적해 왔습니다. 감시 목록에서 금지 목록으로 옮겨지려면 경기력 향상, 건강상의 위험, 스포츠 정신 위배라는 세 기준 가운데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WADA는 이달 연례 검토에서 금지를 보류했지만, 코펜하겐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며 면밀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엘리트 지구력 러너 40여 명을 대상으로 4개월 반 동안 5km 기록, 근육량, 심리 상태를 추적하는 무작위 대조 시험이며, 결과는 약 1년 뒤 나올 전망입니다.
현장의 사용 실태는 이미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 연구진이 설문한 스포츠 의학 전문의의 12%가 승마, 배드민턴, 사이클, 수영, 배구, 보디빌딩 등의 엘리트 선수가 의학적 필요 없이 이 약물을 쓰는 사례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도핑 연구원은 실제 수치가 더 높을 것으로 봅니다. 현역 선수가 사용 사실을 공개해서 얻을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의 의견도 한쪽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반도핑 활동가들은 선수 스스로 효과를 체감한다는 말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GLP-1 발견에 기여한 토론토 대학교의 내분비학자는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리기에는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우려되는 점도 분명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체중 감량분의 25%에서 39%가 근육 손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식욕 억제로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체급이 있거나 심미적 평가가 따르는 종목에서는 섭식 장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부 복용자는 음식뿐 아니라 즐거움을 주던 활동 전반에 흥미를 잃는 무쾌감증(anhedonia)을 보고하는데, 이것이 최고 수준의 훈련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었습니다.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같은 체력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도핑 단속의 기술적 한계도 문제입니다. 약물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데는 종류에 따라 몇 시간에서 몇 주가 걸립니다. 반감기가 짧은 제품으로 투여 시점을 조절하면 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일반인은 체중의 10%를 줄여야 변화를 느끼지만, 프로 선수는 0.5kg 안팎의 감량에도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선수들이 훈련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투여하는 미세 복용(마이크로도징, microdosing)을 택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검출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약 2년 뒤에 일부 신종 약물을 가려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논쟁을 시니어 독자께서는 남의 일로만 보시기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드는 근감소증(sarcopenia)이 건강의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체중을 줄이려다 근육까지 잃으면 낙상과 골절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비만치료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근육량 관리와 영양 섭취를 함께 살피며 사용하셔야 합니다. 약이 모두에게 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아닙니다.
스포츠의 가치는 같은 규칙 아래 각자가 땀으로 쌓은 노력을 겨루는 데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정직하게 훈련하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이점을 가진 상대에게 밀린다면 공정한 경쟁의 신뢰는 무너집니다. 그렇다고 치료가 필요한 선수의 정당한 의료 접근까지 막아서는 안 됩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신뢰할 수 있는 검사 체계를 갖춘 뒤에 내리는 신중하고 투명한 판단입니다. 서두른 금지도 방치도 정답은 아닙니다.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수와 지도자, 규제 기관 모두에게 정직과 절제가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