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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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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지혜 #498] 인공지능 시대, 사람의 손길이 다시 값어치를 얻고 있습니다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10월 4일 ·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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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체 우려에 사무직 청년들이 기술·현장직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던 키언 데이비스 씨는 2022년 11월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등장하자 곧바로 활용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름 인턴십에서 맡았던 홍보 이메일 작성과 소비자 조사 같은 업무를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을 느꼈습니다. 그는 2024년 5월 졸업을 앞두고 마케팅 대신 교사 양성 프로그램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에 지원했고, 지금은 뉴욕시 차터 스쿨(charter school)에서 3학년 담임으로 3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신뢰를 쌓는 일은 자동화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런 선택이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닙니다.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가 10월 2일 자로 보도한 헤칭거 리포트(The Hechinger Report)의 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사무직 고용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청년 노동자와 대학생이 진로를 다시 설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 대신 다른 전공을 택하거나, 전기 작업 같은 기술직 또는 간호·교육처럼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직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례가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불안의 근거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 8월 발표한 조사에서 30세 미만 성인의 73%가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년 전의 61%보다 크게 오른 수치입니다. 스탠퍼드 디지털 경제 연구소(Stanford Digital Economy Lab)는 2022년 11월부터 2026년 6월 사이, 고객 서비스 담당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처럼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22~25세 고용이 간호조무사나 유지·수리 기술자 같은 낮은 직군보다 19% 더 줄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리 변화 등 산업별·기업별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격차는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는 기업이 인공지능 탓이라고 설명하는 감원 가운데 상당수가 팬데믹(pandemic) 시기의 과잉 채용을 정리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어디까지로 볼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의 움직임은 뚜렷합니다. 전국 학생 클리어링하우스(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 따르면 컴퓨터공학 등록률은 줄고 보건 의료 분야는 늘고 있습니다. 티치 포 아메리카의 등록 인원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43% 증가했고, 대안 교사 양성 기관 티처스 오브 투모로우(Teachers of Tomorrow)의 지원자는 2026년에 전년보다 30% 늘었습니다. 현장 실습과 이론 교육을 병행하는 등록 견습 프로그램(Registered Apprenticeship)에 참여한 24세 이하 청년도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20% 늘었습니다.

수요 측면의 배경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설비, 신규 주택 건설이 늘고 은퇴하는 숙련 기술자가 많아지면서 현장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전기기사, 냉난방·환기·공조(HVAC) 정비·설치 기사, 지붕 수리공의 일자리 증가율은 전체 직업 평균의 두 배에서 세 배에 달합니다. 목수와 자동차 수리 기술자도 평균을 웃돕니다.

피츠버그의 비영리 기관인 로즈데일 기술 대학(Rosedale Technical College)은 최근 2년간 등록이 50% 늘고 입학 문의 전화는 80% 늘었습니다. 이곳 자동차 과정에 입학한 34세 케빈 브로프 씨는 컴퓨터공학 학위를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으나 2024년 5월 해고되었습니다. 해고가 인공지능 때문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의 코딩 능력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2025년 여름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올해 11월 졸업을 앞둔 그는 취업 박람회에서 일자리 걱정은 없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33세 미건 에이스베도 씨는 인적 자원 관리를 전공하고 9년간 소매업에 종사했으나, 셀프 계산대와 챗봇이 업무를 대신하면서 두 번 해고되었습니다. 그는 노조의 5년제 전기 견습 과정을 밟고 있으며, 시급 약 23달러(약 3만 2천 원)에 건강보험과 연금 혜택을 받습니다. 뉴욕시 전기기사의 중간 시급은 38달러(약 5만 3천 원)이고, 공공사업은 주 법령에 따라 64달러(약 9만 원)에서 126달러(약 17만 6천 원)에 이릅니다. 그러나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 30분까지 작업장에 도착해야 하고, 75파운드(약 34kg)의 전선 뭉치를 들어 올려야 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정책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는 이번 가을부터 대부분의 학부생이 전공과 관련된 인공지능 도구의 숙련도를 입증해야 하는 졸업 요건을 도입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마크 켈리 상원의원이 인공지능 기업의 수익으로 재교육 신탁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인공지능으로 직원을 감원하는 기업에 세금을 물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두 안 모두 아직 법안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인공지능 실직자에 한정하지 않은 5천만 달러(약 700억 원) 규모의 재교육 보조금을 발표했습니다.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대표도 각각 안전망 확충과 임금 보험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 기사를 접하며 시니어 독자께서 생각해 보실 대목이 있습니다. 흔히 일의 가치는 학력이나 직함보다 책임감과 숙련, 그리고 성실함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평생 현장에서 몸으로 기술을 익히고 가족을 부양해 온 우리 세대의 경험이 새삼 재평가받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손주 세대가 진로를 고민할 때 시니어의 삶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다. 은퇴를 앞둔 숙련 기술자가 많다는 것은 그 기술을 전수할 스승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편 정부가 새로운 세금과 기금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접근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원을 누가 어떻게 부담하는지, 기업의 혁신 의욕을 꺾지는 않는지 따져 보아야 합니다. 변화에 맞서 스스로 기술을 익히고 책임지려는 개인의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도록 돕는 교육과 일터의 체계가 먼저 튼튼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이의 마음을 읽고 낡은 배선을 손으로 고치는 일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 손길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도 든든한 일자리를 물려줄 것입니다.

에피소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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