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li팟캐스트 플레이어 Webplayer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497] 아는 것의 시대에서 움직이는 것의 시대로, 시니어가 새겨야 할 민첩성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10월 3일 · 21:12

0:0021:12

Podli 앱에서 듣기 🎧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팔로우하고, 오프라인과 차 안에서 CarPlay 및 Android Auto로 듣고, 항상 멈춘 곳에서 이어 들으세요. 무료로 사용해 보세요.

수십 년간 사무직 세계에는 비교적 분명한 성공 공식이 있었습니다.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남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되면, 그것이 곧 자신의 값어치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1일 자 지면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이 공식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랜트 교수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과거의 훌륭한 경력은 능력(ability)에 좌우되었지만, 이제는 민첩성(agility)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지가 보상과 승진의 기준이던 시대에는 전문가가 되어 희소한 존재가 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흔한 상품이 된 지금은 오늘의 전문 지식이 내일 쓸모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흩어진 정보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고, 어떤 관점이 믿을 만한지 가려내며, 이를 하나의 설득력 있는 틀로 엮어내는 인간의 판단력이 차별화의 핵심이 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주목할 대목은 불안에 대한 진단입니다. 그랜트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 가운데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찾느라 골몰하는 현상을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위협 경직성(threat rigidity)으로 설명했습니다. 위협을 느낄수록 새로운 시도는 줄고 익숙한 방식에 매달리게 된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3개월 뒤에는 그 풍경이 전혀 달라질 수 있어서, 지금 안전해 보이는 영역에 기대는 전략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랜트 교수의 처방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매주 작은 실험을 하나씩 해보라는 것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시험해 보고, 결과에서 배운 것을 다음 주의 실험으로 이어가라는 뜻입니다. 예컨대 회의 진행자를 돌아가며 맡아 보면 타성에 젖은 회의 방식이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자신은 문서화된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이메일 대신 직접 전화를 걸어 아이디어를 나누는 실험을 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화상회의를 따로 잡지 않고 목소리로 소통하면 얻는 내용과 형성되는 유대감이 달라질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상사가 낡은 방식에 머물러 있을 때의 조언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개선안을 한 가지만 내밀면 상대는 받아들일지 거절할지만 고민하게 됩니다. 반면 서너 가지를 제시하고 그중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하면, 상대의 관심이 어느 것이 마음에 드는지로 옮겨 간다고 합니다. 상대의 목표에 맞춰 말을 건네면 변화가 곧 그 사람의 이익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니어의 관점에서 읽어 보면 위로와 경계가 함께 느껴집니다. 먼저 위로입니다. 이 인터뷰가 가치의 중심으로 꼽은 것은 패턴을 읽는 눈, 신뢰할 만한 관점을 가려내는 안목, 사람의 마음에 닿는 말솜씨입니다. 모두 오랜 세월 현장에서 부딪히며 쌓아야 얻어지는 자산입니다. 단순한 정보의 양으로는 젊은 세대나 기계를 이기기 어렵지만, 경험으로 다져진 분별력과 인간관계의 감각은 시니어가 가장 두텁게 갖춘 영역입니다.

다음은 경계입니다. 오래 쌓은 전문성일수록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이 강해지고, 그 마음이 위협 경직성으로 굳어질 위험도 큽니다. 시니어 세대가 흔히 내세우는 고집이 경험의 깊이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평소 말씀드리는 대로, 유연하지 않은 경험은 쓸모를 잃기 쉽습니다.

다만 이 인터뷰 내용을 기술 변화에 무조건 몸을 맞추라는 주문으로 읽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그랜트 교수가 제안한 실험들은 오히려 사람 사이의 전통적 소통, 곧 직접 전화를 걸고 얼굴을 맞대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일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데 가깝습니다. 속도를 따라가면서도 사람을 중심에 두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변화의 한복판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일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시니어가 후배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본보기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 둘 점이 있습니다. 위 내용은 한 학자의 견해를 소개한 것이며, AI가 일자리와 직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립니다. 낙관도 비관도 단정하기 이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기 일에 맞게 걸러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 작은 실험 하나를 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메시지를 보내던 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는 일도 좋겠습니다. 아는 것을 지키는 데 힘을 쏟기보다, 아는 것을 새롭게 쓰는 데 힘을 쏟을 때 시니어의 경험은 다시 빛을 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에피소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Podli무료 Podli 앱 받기
↓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