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9월 25일 ·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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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통계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이혼율이 줄어들고 결혼 생활이 그 어느 때보다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흔히 "결혼은 옛말이 되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어서, 시니어 독자 여러분께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되어 이번 지면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성 부부의 평균 결혼 유지 기간은 13년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3년 이후 최장 기록이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1985년의 8.9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입니다. 동성 커플의 시민 동반자 관계(civil partnerships) 역시 남성 커플 평균 13.7년, 여성 커플 평균 13.6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혼율 자체도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연간 약 15만 건에 달했던 정점에 비해 안정적으로 낮아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통계청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몇 가지 구조적 원인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초혼 연령의 상승입니다. 2023년 기준 이성 간 첫 결혼의 평균 연령은 남성 34.8세, 여성 33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는데, 가족법 전문가들은 결혼을 늦게 결심하는 만큼 그 관계에 대한 정서적 투자와 확신의 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최근 이혼을 고려하는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부부들의 사례를 보면, 결혼 전 동거 기간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길고 결혼 시점 자체가 늦은 경우가 많아, 결혼 관계에 대한 안정감과 확신의 수준이 더 높다는 법조계의 관찰도 함께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혼에 수반되는 재정적 부담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가족법 전문 변호사들은 이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산 분할과 생활 기반의 재편이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동반하기 때문에, 부부들이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현실적 배경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아울러 기대 수명의 연장도 하나의 변수로 언급됩니다. 과거에는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컸다면, 평균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에는 설령 만년에 관계를 정리하더라도 이후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 제2, 제3의 인생을 설계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50대, 60대 이상 연령층의 이혼율만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인 흐름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이혼 소송을 미루는 가정이 늘어난 점도 결혼 기간을 길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구의 흐름을 한국 사회에 비추어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드러납니다. 한국에서는 오히려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 이른바 황혼이혼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현상이 사회적 관심사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자녀 양육이라는 공동의 책무를 마친 이후 부부 각자가 남은 삶의 방향을 재점검하면서 결별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영국의 50대 이상 이혼율 상승 현상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영국의 사례가 시사하듯, 결혼을 늦게 시작하고 더 신중하게 임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가정 문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한국 사회에도 참고할 만한 시사점입니다.
시니어 세대가 이 문제를 바라볼 때 유념해야 할 지점은 분명합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단순한 개인 간의 계약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사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망이라는 사실입니다. 이혼율의 등락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 경제적 압박이나 소극적 인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서로에 대한 성숙한 이해와 책임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구분하는 안목입니다.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되, 불행한 결합을 무조건 지속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합리적 균형 감각이야말로, 오랜 세월 가정을 꾸려온 시니어 세대가 후속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가정의 안정이 결국 사회 전체의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시점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https://www.careyou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11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