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9월 24일 ·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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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일부 온라인 민간 약국들이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25 수준의 경도 비만자, 즉 의학적으로는 '과체중' 단계에 불과한 이들에게까지 마운자로(Mounjaro)와 위고비(Wegovy) 등 체중 감량 주사제를 처방·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약물의 공식 승인 기준은 BMI 30 이상, 즉 명백한 비만 상태를 전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자들이 이보다 훨씬 낮은 문턱에서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외 토픽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와 온라인 약 배송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니어 세대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시사점을 담고 있기에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 약국, 결제가 먼저인 구조적 허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문제가 된 서비스 구조는 이러합니다. 이용자가 온라인으로 신체 정보를 입력하고 우선 결제를 진행하면, 그 이후에야 약사 또는 처방권자가 서면 상담 내용만을 검토하여 처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대면 진찰을 거쳐 체성분,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전통적인 진료 절차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특히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본래 지피원원(GLP-1, 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로, 제2형 당뇨병 치료 또는 고도 비만 관리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승인 기준을 벗어난 오프라벨 처방(Off-label Prescription) 자체는 의료 현장에서 드문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이러한 처방이 충분한 의학적 판단 없이 마케팅 인센티브에 의해 이루어질 때 발생합니다. 영국의 의약품 규제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일부 온라인 약국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검증 절차의 미비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도한 추천 코드 광고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세부 사항이므로, 정확한 기관명과 제재 내용은 독자 여러분께서 추가로 확인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시장 경쟁이 낳은 부작용
이러한 현상의 구조적 원인은 명확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체중 감량 주사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온라인 약국들 사이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준 월 약 1,000달러(약 148만 원, 2026년 7월 기준 환율 1달러당 약 1,480원 적용) 수준에 이르는 고가의 약값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사업자 입장에서는 승인 기준을 완화해서라도 처방 건수를 늘리려는 유인이 존재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약물이 필요 없거나 위험성이 더 큰 이용자까지 처방 대상에 포함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체질량지수라는 지표 자체의 한계입니다. 체질량지수는 신장과 체중만으로 산출되는 단순 지표이기에, 근육량과 체지방률의 차이, 내장지방 분포 등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 서구인과 비교해 낮은 체질량지수에서도 대사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하는 만큼, 획일적인 기준 적용의 위험성은 국내 상황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사회,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정보 유통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니어 세대가 특히 취약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수의 기저질환을 갖고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상태에 있는 시니어의 경우, 체중 감량 주사제와 기존 약물 간의 상호작용, 근감소증 악화, 영양 결핍 등의 위험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고 싶다'는 욕구가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해 손쉬운 처방으로 이어질 경우,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진정으로 비만 관리가 필요한 시니어에게 치료 접근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원(Fördern)과 요구(Fordern)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핵심은 '접근을 막는 것'이 아니라 '엄정한 기준에 따른 안전한 접근'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전통적 진료 원칙과 합리적 접근성의 균형
이번 사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의료는 상업적 편의성보다 안전이 앞서야 한다는 전통적 질서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결제를 먼저 요구하고 심사를 나중에 하는 구조, 소셜미디어 광고를 통한 손쉬운 접근성은 단기적 편의를 제공할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국민 건강 안전망을 훼손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시니어 세대를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오히려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정보를 검증하고,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의 유혹에 앞장서서 거리를 둘 수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엄격한 처방 기준을 유지하되, 진정으로 치료가 필요한 시니어에게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접근성을 보장하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