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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494] 위기의 순간에 나선 한 시민,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를 묻다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9월 30일 ·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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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 웨스트사이드에서 벌어진 연쇄 흉기 난동 사건이 최근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슬림계 택배 기사에게 표창이 수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경위를 살피고, 그 안에서 우리 사회, 특히 시니어 세대가 곱씹어 볼 만한 시사점을 짚어 보고자 합니다.

사건의 경위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낮 맨해튼 서부 84번가와 센트럴파크 웨스트 인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라울 모랄레스(51세)가 57세 아시아계 남성의 등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았고, 불과 몇 분 뒤 암스테르담 애비뉴와 서부 86번가에 있는 유대교 회당 앞에서 두 번째 범행이 이어졌습니다. 피해자는 회당을 막 나서던 50세 유대인 남성 모세 그룬하우스로, 유대인 남성이 쓰는 전통 모자인 키파(kippah)를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모랄레스는 그의 가슴을 드라이버로 찔렀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는 범행 중 이슬람교의 종교적 구호를 외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바로 그 현장에 배달 중이던 택배업체 UPS 소속 조지 자못(49세)이 있었습니다. 브롱크스 출신으로 세 아이를 둔 아버지인 그는, 가슴을 움켜쥔 채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를 목격했습니다. 피해자가 주변에 119에 해당하는 긴급전화 911 신고를 부탁하는 사이, 자못은 달아나는 범인을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끝까지 이어진 추적

자못은 범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두세 블록을 따라갔습니다. 그는 당시 범인이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었으나, 같은 범행이 되풀이되도록 놓아둘 수는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범인이 뉴욕시 주택공사(NYCHA)가 관리하는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자 그도 뒤따랐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이때 범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고 합니다. 한 승객이 3층에서 내린 뒤 범인은 11층에서 내리며 자못에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자못은 경악한 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자못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범인이 들어간 아파트의 호수를 기억해 두었다가 경찰에 알렸습니다. 뉴욕경찰(NYPD)은 거의 한 시간에 걸친 대치 끝에 범인을 체포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체포 이후 수사관들은 범인이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조용한 영웅, 그리고 표창

주목할 대목은 자못의 태도입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두고 오랫동안 조용히 지냈으며, 어머니조차 표창 당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표창은 수요일 미드타운에서 열린 뉴욕 UJA-연맹(UJA-Federation of New York)의 반유대주의 근절 집회에서 수여되었습니다. 유대인 사회를 후원하는 자선 단체가 무슬림 시민의 용기에 감사를 표한 셈이어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그가 밝힌 동기는 소박했습니다. 어떻게든 범인이 다른 사람의 자식에게 같은 짓을 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추격하는 동안 피해자의 어머니가 떠올랐다고 하며, 또 다른 어머니가 자식을 잃고 남은 생애를 고통 속에 살게 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집회에서는 뉴욕 시민들에게 증오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방파제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사건이 시니어 독자께 주는 메시지

이 사건에서 저는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첫째, 공동체의 안전은 결국 이웃의 결단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치안 기관의 역할은 물론 막중하지만, 범행 직후의 첫 몇 분은 대개 현장에 있던 시민의 몫입니다. 자못의 추적이 없었다면 범인의 소재 파악은 훨씬 늦어졌을 것입니다. 다만 무기를 든 범인을 맨몸으로 뒤쫓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며,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은 위험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목격한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신속히 신고하며 안전한 거리에서 경찰의 손을 돕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자못 역시 범인을 직접 제압하려 하지 않고 위치를 파악해 경찰에 넘겼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증오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종교적 구호를 외쳤으나, 그를 붙잡은 사람 또한 같은 종교를 가진 시민이었습니다. 특정 종교나 민족 전체를 일반화하는 태도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을 부를 뿐입니다. 사건을 저지른 개인의 책임은 엄중히 묻되, 같은 신앙을 지닌 이웃의 선행은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균형 감각이 성숙한 사회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선행은 특별한 신분이나 지위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택배 기사라는 평범한 직업인이 보여 준 용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성공과는 무관한 차원의 품격을 보여 줍니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시니어 여러분께서는 이런 품격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 이웃을 향한 책임감을 가르치는 일은, 이제 시니어 세대가 감당할 소중한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

한국도 더 이상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외국인 주민이 많아지면서, 혐오와 차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법과 질서를 엄정하게 세우되, 이웃을 색안경 없이 바라보는 절제된 시선을 함께 갖추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의 안정을 지키는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낯선 도시의 한 택배 기사가 보여 준 짧은 추격은 단순한 미담을 넘어, 방관하지 않는 시민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일깨워 줍니다. 오늘 하루, 우리 곁의 이웃에게 안부를 묻고 주변을 살피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에피소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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