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li팟캐스트 플레이어 Webplayer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아침마다 지혜 #492] 자율주행차의 함정, 운전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 2026년 9월 28일 · 21:05

0:0021:05

Podli 앱에서 듣기 🎧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팔로우하고, 오프라인과 차 안에서 CarPlay 및 Android Auto로 듣고, 항상 멈춘 곳에서 이어 들으세요. 무료로 사용해 보세요.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조향과 제동, 차선 유지까지 소프트웨어가 대신 수행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고,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야간 시력이 약해진 시니어 세대에게는 이 기술이 잃어버린 이동의 자유를 되찾아 줄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심층 보도한 내용은 역설적인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적어도 특정 순간에는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자동화 안일함(automation complacency)이라 부릅니다. 운전자가 기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주의를 놓아버리는 심리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실제로 미국 프로풋볼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수석코치 카일 섀너핸은 지난 8월, 운전 중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사고를 낸 경위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그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선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몸을 숙였으나, 정작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고 차량은 마주 오는 차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는 골절과 뇌진탕을 입은 뒤 “운전은 컴퓨터와의 동업이지, 운전대를 통째로 넘기는 일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 기술을 반기는 목소리도 뚜렷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72세 여성 캐롤린 맥브라이드 씨는 야간 시력이 약해지고 남편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덕분에 보행자와의 충돌을 피한 경험이 있다며 “우리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판을 바꾸는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유료 구독은 월 90달러(약 12만 원, 2026년 9월 초 서울외환시장 기준 환율 적용)에 이르지만, 지난해보다 구독 건수가 크게 늘어 150만 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문제는 구조적인 곳에 있습니다.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사람이 즉시 개입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 자동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은 대부분 운전자 본인에게 돌아갑니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알렉산드라 뮬러 박사는 “부분 자동화 시스템은 언제나 완전한 능력을 갖춘 운전자를 필요로 하며, 신체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앤 칼슨 교수 역시 “기술이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좋아질수록 오히려 위험해지는 역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은 대체로 고가여서 구매자의 연령대와 소득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어, 사고율 통계 자체가 실제보다 안전하다는 착시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짚어둘 대목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이어질 시사점을 던집니다. 국내에서도 고령 운전자의 면허 자진반납 제도와 이동권 보장 논의가 병행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된 차량은 앞으로 시니어 세대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이동의 자유를 넓혀 준다는 이유만으로 주의 의무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을 믿을수록, 언제든 스스로 통제권을 되찾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방어운전의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합니다.

시니어 세대는 오랜 세월 도로 위에서 위험을 몸으로 익혀 온 경험의 축적자들입니다. 그 경험이야말로 새로운 기술을 맹신하지 않고 균형 있게 받아들이는 지혜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운전의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으며 기술은 사람을 보조할 뿐 대신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안전 질서는 앞으로도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다. 동시에 시니어의 이동권을 넓혀 주는 합리적인 기술 활용까지 무조건 경계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낙관도, 무조건적인 불신도 아닌, 사람이 최종 책임자라는 원칙 위에서 기술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균형 잡힌 태도일 것입니다.

캐어유 뉴스 편집장 김형래

에피소드: 김형래 편집장의 '아침마다 지혜'

Podli무료 Podli 앱 받기
↓ App